2008년 시즌의 김명제가 어떠했던가요. 전반기 에이스 모드로 소년가장 행세를 했던 기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그러다가 한동안 어깨부상으로 2군행. 하지만 시즌 막바지에 돌아와 엄청난 공을 뿌리면서 포스트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렸습니다. 하지만 시즌 막판 기아전이 모든 것을 망쳐놓았습니다. 투수 앞 얕은 타구를 수비하다가 사타구니 부상을 입은 김명제의 시즌은 이것으로 끝이었습니다. 2005년 1차 지명 선수를 지켜본 지 4년째, 드디어 터졌다고 환호하던 팬들의 응원은 그때부터 점차 사그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왕자라고 부르면서 애지중지했던 선수, 그런 선수의 올해 시즌 막판의 별명은 차마 입에 담기도 싫습니다. 그래서 그 경기가 지금도 뼈에 사무칩니다.
전 이 아이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응원하는 팀 선수라면 짠한 사연 하나 갖고 있지 않은 선수는 없을 테지만, 제게 있어 투수 김명제와 타자 고영민은 보다 각별한 선수였습니다. 데뷔연도부터 선발을 보장받았던 계약금 6억짜리 선수와 2군 생활만 4년에 팬들조차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선수. 공통점이라고는 그다지 찾아볼 수는 없지만 이 두 젊은 선수가 그라운드를 누비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두산베어스 야구를 보는 세 번째쯤 되는 즐거움이었습니다. 이번 시즌 두 선수 모두 부상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 둘이 없는 그라운드가 얼마나 색이 바래 보이던지요.
전 이 어린 투수를 두고 발전이 없다고 하는 비난하는 걸 도통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이 아이가 매해 조금씩 투구폼을 간결하고 안정적으로 다듬어 가던 과정을 기억합니다. 시즌이 지날수록 점차 구위를 날카롭게 벼리던 모습을 기억합니다. 점차 진중해지던 마운드 위의 태도와 검지를 구부리던 그 특유의 그립까지 기억합니다. 빠르지는 않아도 매해 자신의 단점을 조금씩 고쳐나가면서 계속해서 성장하던 선수, 포스트시즌에서는 한결 더 믿음이 가던 선수, 입단 당시 우리가 기대하는 모습까지 한보 반이 남았던 선수, 저는 김명제를 이렇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김명제를 경기장 안팎에서 끊임없이 자아비판을 강요당하던 여린 선수로 기억합니다. 왜 우리는 이 아이에게 강해져야만 한다고 끊임없이 윽박지르기만 했었을까요. 좀 더 뻔뻔해져도 된다고 마냥 추켜세워도 좋았을 것을, 왜 벼랑 끝으로 내모는 게 강하게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 믿었을까요. 전 자신의 공에 대한 믿음을 담담히 이야기하던 2008년 전반기의 이 아이가 너무 좋았습니다. 하지만 부상 이후에 하는 말들은 어찌나 안타깝던지요. 허세 좀 부려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을 20대 초반의 나이에,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게 상처를 덜 받는 방식이라고 여기도록 만든 것은 누구의 잘못일까요.
저는 낙천적이기는 해도 희망적인 성격은 아닙니다. 이 아이가 당한 부상이 선수 생명을 끊어먹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센세이셔널한 모습으로 데뷔했던 선수가 어떻게 야구를 포기해야 했는지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생각보다 오래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는 걸 각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어린 선수가 걸어왔던 궤적을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고, 그렇게 다시 한결같은 발걸음으로 조금씩 걸어서 마운드로 올라올 거라고 믿습니다. 그러니 기다리려고요. 절대로 잊지 않고 한결같은 시선으로 바라보려고요. 그게 제가 가장 좋아하는 투수에게 해줄 일입니다.
그리고 김명제가 13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받은 직후, 입단 동기인 한 선수가 팀을 떠났습니다. 원래는 발 빠른 외야수여서 차세대 중견수감으로 점찍었던 선수, 좌완투수가 부족한 팀 사정상 투수 보직을 받아들였던 선수, 투수가 아닌 타자로 팬들을 눈물짓게 만들었던 선수, 입단 5년 동안 계속 미완의 대기로 남았던 선수, 지난 포스트시즌에서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호투를 보여주었던 선수. 그리하여 두산베어스에서 2005년 지명한 선수 8명 중 트레이드로 2명, 방출로 3명이 팀을 떠나게 되어, 내년에 정상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는 선수는 이제 두 명밖에 남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건 확실히 해두죠. 이현승의 가치는 금민철보다 확실히 위입니다. 보통은 나이가 어린 금민철을 두고 포텐셜이 더 남았다고 하는 모양이지만, 저는 오히려 이현승이 금민철보다 가능성을 좀 더 감추고 있는 선수라고 보는 편이고요. 김동주의 기량이 하락세에 접어들기 전에 승부를 봐야 하는 팀 형편상, 이현승의 입단은 팀 전력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겁니다. 일반적인 기준에서 보면 히어로즈에게 선수를 얻어온 두산-엘지-삼성의 완벽한 윈입니다. 루즈가 되는 것은 단연 히어로즈고, 어쩌면 프로야구 전체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만.
하지만 금민철을 보내는 두산 팬들의 억하심정은 그리 단순한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지금껏 마음 편하게 선수를 응원하지 못했습니다. 2000년대 두산의 역사는 그야말로 스타 선수들을 떠나보내는 것으로 점철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요. 심정수, 강병규, 우즈, 정수근, 박명환, 리오스, 홍성흔, 이혜천까지, 두산팬들은 거의 매해 한쪽 가슴을 저미는 상실감을 겪어야 했습니다. 아무리 익숙해졌다 한들 아픔마저 경감되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상실의 역사에 이제 포텐셜을 터뜨리기 직전에 놓였다는 기대를 받은 젊은 선수가 추가되었습니다. FA가 없다고 한도의 한숨을 쓸어내리던 가슴에 난데없는 구멍이 생긴 셈입니다.
이현승은 사랑받을 겁니다. 수준급의 왼손 선발투수를 원했던 코칭스태프와 팬들의 갈증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선수이고, 팬들은 그의 피칭에 환호를 보낼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던 선수를 떠나보내야 하는 아픔을 알죠. 국가대표급 선수를 셋이나 한꺼번에 잃어버린 히어로즈 팬들의 멍든 가슴이 얼마나 오랫동안 시큰한 상처로 남을지 압니다. 팀 역사상 거의 처음으로 얻는 불로소득에 마냥 좋아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세상살이 사필귀정이라며 냉소적인 눈으로 바라보거나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며 지레 체념해 버릴 수가 없어요. 이 트레이드에 대한 답답함은 꽤 오랫동안 남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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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진짜 그냥 미봉책이죠. 내년, 내 후년 계속 히어로즈가 이런 식으로 장사한다면 도대체 히어로즈에는 남아있는 선수가 몇 명이 될까요? 그리고 그때 쯤 히어로즈를 인수하고자 하는 기업이 과연 있을까요?
얼마전 김성근 감독이 1999년 쌍방울 부도 터지고, 주축 선수 대부분 팔아먹은 다음 개막전을 치루는 모습을 담은 다큐를 보았는데 얼마나 마음이 안쓰럽던지....
kbo는 역사를 통해 배우는 게 하나도 없는 것 같습니다.
딱 보면 내년에 나갈 선수들도 어느 정도 눈에 들어오죠. 강정호 황재균 같은 어린 선수들도 병역 문제가 해결되기만 하면 바로 상종가를 칠 매물이고요.
그런데 왈론드라니...;;;;;;;;;;;;;;
가끔씩 와서 눈팅만 하는데 오늘은 덧글을 남기고 갑니다...
말씀하신데로 다들 왜 그렇게 명제를 내몰기만 했을까요
오히려 잘한다고 감싸서 좀 뻔뻔해지게 했다면 그또한 자신감이 됬을텐데요..
08년 어깨부상으로 내려가기전까지 이 아이가 해준거 조차 보지 못한건지 기억을 못하는건지..
그러한 사람들은 입에 올리기도 싫은 단어로 얘를 비난하기에 바빳죠..
대체 니가 왜 6억씩이나 받아 쳐먹었냐고..;;;;;;;
박동희기자 블로그에 올라온 명제 일화가 억장이 무너졌습니다..
늘 누군가 자기를 비난하는거에 짐을 지고 있던 명제...
그것에 성질이라도 좀 못되서 호기어리게 반항이라도 하면 될텐데
그저 자기가 잘못해서 그런거라고 본인을 미워하고 자책하던 명제..
그런 부담과 짐을 내년시즌에는 이겨내고 정말 야구를 즐겨보려던 이시점에
왜 이런 시련이 오는건지 하늘이 원망스러울 지경입니다...
금동이가 가면서..명제에겐 일어나야 할 이유가 하나더 늘었으니...
잠실 마운드로 돌아오는 길이 좀 멀더라도 악착같이 돌아오기만을 바라고 믿고 싶습니다..
덧/ 엠팍이 전같지 않기도 하지만...
늘 써주시던 좋은글 못봐서 아쉽습니다...ㅠㅠ
와...오랜만이에요. 가끔 오셨으면 댓글이라도 달아주시지 그러셨어요. 부상 소식을 접하다 보니 차라리 FA 이적이 그나마 속이 편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물론 또 선수 나가다 보면 입에 거품을 물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