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Q. E. D. 증명종료 31권 저자 : 카토 모토히로 역자 : 최윤정 출판사 : 학산문화사 출판연도 : 2009년 |
이번 권에는 히트만화에만 사용된다는 띠지가 첨부되어 있습니다. 홍보 문구도 그렇고 아무래도 드라마화의 영향 탓일 텐데, 드라마가 망해서 어쩔...;; 하긴, 드라마의 시청률보다는 드라마화됐다는 소식 자체에 좀 더 영향을 많이 받을 것 같긴 합니다. 시청률에 따라 판매고가 요동칠 만큼 국내 만화 단행본 시장이 그리 큰 것은 아니니까요.
첫 번째 에피소드인 <눈 속의 악마>는 트릭이나 이야기 전개보다는 메시지 전달에 주력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에피소드를 다 읽은 후 제목을 보면 작가가 의도하는 목적이 어느 쪽에 있는지 분명히 드러나기도 하고요. 다만 다윈이나 노구치를 끌어들여 설명하는 예시나 마지막의 단호한 일갈에도 불구하고 뭔가 좀 나이브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이는 범인에 대한 느슨한 처벌 때문이기도 한데, 범인의 처분이 내려지는 순간의 그의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 이걸로 끝?'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이 때문에 마지막 편 페이지의 꿈 이야기에 대한 느낌이 퇴색되어 버리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고 보면 이 에피소드를 굳이 국가규모의 기술과 미 하원의원이 진행하는 청문회라는 큰 스케일로 만들어 버렸는지 의문입니다. 아무래도 토마가 사건을 마무리 짓기 위하여 써먹는 작은 계략 때문일 것 같지만, 이건 아무래도 작가가 정부 단위의 정보력을 너무 과소평가했다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로켓맨>이라는 첩보만화도 그린 작가 치고는 너무 어설펐어요. 로키와 에바가 오랜만에 등장한 것은 반갑지만, 아무래도 일본은 한 대학 연구실 정도에서 벌어졌으면 좀 더 아기자기하게 주제를 부각시킬 수 있었으리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런데 트릭 부분은 꽤 재미있어요. 트릭 자체는 이 만화에서 자주 쓰이는 수학적 상식이긴 한데, 만화이기 때문에 좀 더 의미를 갖는 종류라고나 할까요. 프로 만화가라는 사람조차 종종 의도치 않게 실제와 동떨어져 착시효과를 주는 그림을 그리곤 합니다. 이는 그림을 얼마나 유려하게 그리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 세계를 지배하는 이치에 들어맞게 그리느냐의 문제이고요. 그리하여 이 트릭은 작가의 유쾌한 자기반성 내지는 주제와 연관되어 자신이 속해 있는 만화계 전반에 대한 메시지로도 읽힙니다.
두 번째 에피소드인 <약속>에서는 크게 세 개의 트릭이 사용됩니다. 그런데 이 세 트릭 모두 추리소설에서는 초창기부터 사용된 고전적인 트릭이라는 점이 재미있습니다. 그것도 복잡하게 변형하지 않고 거의 오리지널 형태 그대로요. 현재에 이런 트릭을 사용하는 것은 진부하다는 것을 떠나 독자들이 다 알아버리기 때문에 극구 피해야 할 테지만, 이 셋을 한 에피소드에 몰아넣으니 생각보다는 효과가 괜찮더군요. 기상천외한 트릭이나 머리를 싸매가 하는 복잡한 트릭보다는 기존의 트릭을 적절히 변용하여 써먹는 것을 장기로 하는 것이 이 만화의 전형적인 특징이니까요. 고전적인 트릭의 현대적인 연출에 있어서는 단연 <Q. E. D. ...>를 첫손에 꼽을 수 있을 테고, 이 에피소드의 트릭 연출은 나름 평균치를 해낸 셈입니다.
세 개의 트릭은 각각 범죄의 동기, 실행, 증거와 연관되어 사용됩니다. 이중 토마가 범행의 증거로 사용한 세 번째 트릭은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지만, 범죄의 동기와 관련되어 사용된 첫 번째 트릭은 꽤 훌륭합니다. 작가도 여기에 가장 많은 공을 들인 것 같고요. 이런 종류의 트릭에는 한 번도 속아 넘어간 적이 없는 역사를 자랑하는 저입니다만, 그런 제가 보기에도 이 에피소드에서 이 트릭을 써먹는 방식은 꽤 좋아요. 이 트릭이 사건 전체를 관장함으로써 다른 고전적인 트릭 둘은 한정적인 부분에서 자기 역할만 수행할 수 있었으니, 이 두 트릭의 한계가 그리 두드러져 보이지도 않고요.
범죄의 실행 단계에서 사용된 두 번째 트릭은 추리만화에서 가장 써먹기 어려운 트릭 중 하나입니다. 이는 만화라는 매체 자체의 특성 탓입니다. 우선 만화는 시각매체 중 가장 정세도가 낮아 정보의 전달량 또한 비교적 적습니다. 여기에 만화의 컷 속에 등장하는 모든 그림은 모두 만화가의 통제 하에 제작되기 때문에 미장센에 대한 작가의 의도가 사진이나 영화보다 쉽사리 눈에 띄게 됩니다. 이 두 가지 특성 때문에 만화의 컷 속에 단서를 숨기는 것은 그리 녹록한 일이 아닙니다. 제가 추리소설보다 추리만화에서 좀 더 범인을 쉽사리 맞추는 경향이 있는 것도 이 때문이고요.
여기서도 작가가 어떻게 하면 이를 공정하면서도 눈치채이지 않게 묘사할까 하고 고심하는 모습이 눈에 보입니다. 특히 컷 배분하는 모습을 보면 어떻게 해도 눈에 쉽게 띌 것 같아 전전긍긍하면서 그린 것 같아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요. 그런데 여기서 작가가 선택한 것은 보다 정공법입니다. 범행 당시의 묘사를 용의자 세 사람 각각의 증언에서 세 번이나 그려내고 있으니까요. 이는 의외로 나쁘지 않은 효과를 내고 있는데, 이는 같은 내용이 세 번이나 반복됨으로써 사건 묘사에 대한 임팩트가 느슨해지기 때문입니다. 트릭 자체가 워낙 고전적인 종류라 이런 방법으로도 제대로 가려지지는 않지만, 잘 알려진 트릭을 다루는 방식으로는 상당히 좋은 연출이기도 합니다.
ps. ttb 링크를 걸다 32권이 나온 것을 발견했습니다. 4개월에서 반 년 정도마다 한 권씩 나오던 것을 감안하면 한 달만의 출간은 꽤 빠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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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은 죽으면 연락이 되지 아마...-_-a
아무리 WBC가 화제라도 역시 야구는 우리 팀을 응원해야 제맛이지. 그런 점에서 그녀석 팀 선택이 현명하구나.
저도 31권까지 봤는데, 첫 번째 에피소드의 트릭은 잘 눈치채지 못했어요. 아마 만화가 2차원이라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저의 장지각력 부족을 다시 한 번 깨닫고 말았습니다.
두 번째 에피소드는 말의 구속력이라는 면에서 상당히 흥미로웠고요. <Q.E.D.>는 역시 철학적일 때 좋습니다.
첫 번째 에피소드의 트릭을 알아챌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이런 건 상식 차원도 아니고 특별한 계기가 없으면 자연스럽게 체득되는 지식도 아니니까요. 그래서 트릭 자체가 기발하다기보다는 그 트릭이 만화에서 갖는 함의가 좀 더 부각되는 것 같습니다.